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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바

경 Kyung 2022. 7. 29. 15:20

나에게는 반짝이는 수정과도 같은 노마드바
앞으로 몸담을 많은 집들에서
타곰이 다음으로
집에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이 뭐냐 물으면
나는 노마드바
고민하지 않고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소모품이 무어냐 물을 때에도
역시 노마드바
휴대폰도 책도 노트북도 이어폰도 아닌
노마드바

빨간색 흰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노마드바
내가 그동안 만나 보았던 알록달록 색깔들
그 색깔들로
그리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상상해보는 색깔들로도
노마드바만을 위한 공간을 작게 내어 채우고자 한다


언제든 떠돌 수 있게,
이 비누 하나만을 가지고도
훌쩍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만들었다고
그래서 이 아이의 이름은 노마드바라고
윤선 샘은 말했다

지금의 나는 비록 노마딕과 거리가 한참은 멀어져
heimisch로 침잠하는 어른
그러나 나는 한때
아주 오랫동안 노마드였다

노마드바를 들고 떠날 내가
과연 노마드 2막을 만날 수 있을지 아닐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는 노릇

그저 꽉 차지 않은 욕실이
그것도 플라스틱으로 꽉 차 있지 않은 욕실이
나는 숨통 트일 뿐


그리고,
떠나는 나만을 위해 빨강이를 만들었다는 윤선 샘께
다정한 감사의 인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