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일

경 Kyung 2022. 3. 20. 09:05

나의 이번 주는 몹시 운이 없었다. 좋아하는 친구와 여행을 다녀온 즐거운 일을 빼면 대부분의 중요한 상황이 내 뜻과 대단히 빗겨가는 주였다. 나로써 가장 불행스러운 점은 이것이었는데, 내 영혼을 일정량 바친 부디무드라(요가복 브랜드)에서 2년만에 여는 3일간의 오프라인 팝업에 3일 모두 제시간에 방문할 수가 없다는 것.
-
시점은 어제, 3월 19일. 아침잠이 많은 승렬은 일찍 일어나 11시까지 팝업 장소에 가 줄을 서있었고,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 내가 일이 끝나는 시간보다 훨씬 전 시간대의 표를 받을 것 같자 순서를 양보하고 그 뒤로 표 받는 사람을 한 명 한 명 세어가며 나에게 정확히 151번 표를 쥐어주었다. 내가 일을 딱 마치고 올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에서는 첫번째로 들어가는 151번. 경이가 그 시간대 사람들 중 1등으로 들어가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4시간을 길바닥에서 날 기다린 그 애의 눈가는 잠을 한 숨도 자지 못 한 사람처럼 새빨갰고, 꽁꽁 언 그 애의 손은 그 애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녹지 않았다.
-
사람이 사람을 위해 사랑으로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난 누군가를 위해 사랑만으로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도. 나였다면 물건을 다 사고 나온 나를 대하던 그 애처럼 웃음 지으며 반겨줄 수 있을지. 내가 무얼 샀는지 궁금해하고 물건 하나를 보여줄 때마다 함께 기뻐하던 그 모습을 따라할 수 있을지. 대치동에 다닐 때 번호표를 받던 엄마의 사랑도 이러한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