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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2023

경 Kyung 2023. 4. 3. 22:08

드디어 드디어,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샘의 공간
얼마나 오랜 계절 동안을 기다려온 거야
나는 좋아하는 언니를 만나러 갈 때 으레 그러하듯이
h 언니의 꽃을 들었다

피지 않은 아가튤립, 고와

아, 뚜벅뚜벅 623호를 향해 걸어갈 때
그곳에 당도했을 때
몸을 풀고 있던 샘의 모습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샘의 그 주황빛을..

달려와 인사해주고, 안아주고, 맞아주고, 와줘서 고맙다고 해주고.. 그 모든 진심의 빛깔

내가 제일 처음 온 수련생이라, 각자의 매트 위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데

‘(오픈이) 너무 늦어졌어요.
..
사람이 다 자신의 때를, 흐름을 기다리게 되잖아요?
그런데
서둘러서 준비하게 된 게
선경 다시 가기 전에, 한국에 있을 때
어서 1대 1로 만나서 같이 시간 보내고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
그래서 급하게 준비해서 열었어요’

사람이 내 앞에 앉아 있을 때 한없이 매마른 나는
어쩐지 그 마음에 그 말에 눈물이 핑 났고
샘은 ’나는 왜 울지‘ 라며 딱 나만큼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에 있을 때 그리 가까이 지내지도, 전혀 자주 보지도 못하는, 그런 인연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서로의 마음이 통한 건지
우리는 떨어져서 꽤 오래 서로를 보지 못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향해 사랑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오랜 시절을 거쳐 마침내 가닿은 이 오렌지 빛깔

어쩜 그 자리마저도 마곡일 수 있어,

그 시절의 그 애가 사는 곳
나도 그 이유로 와서 머물러봤던 곳
나에게 기억된 곳
623호에서는 그 땅과 그 학교가 보여

나의 서울시절 한 칸을 채워 자리하게 될 이 동네
이미 알고 있지

작년에는 은정 샘 따라 서울 동쪽 끝, 초록색빛깔 그곳에 한 칸을 내어주었는데
이 해에는 서울 서북쪽 끝,
공항 가까이에

내 서울은 점점 넓어지네
떠나야 하는 곳인데도

아무렴 어때, 고맙기만 해

수련이 끝나고 샘이 샘의 화병에서 한 송이 한 송이 골라 건네어준 꽃들

수련은 혼자 할 수 있는 거지만
안내자의 그 힘은 가히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샘의 안내에 나는 이제껏 경험해본 적이 없던 후굴을
수련을 거의 반 년을 놓고서도
처음 만났다


(그래서인지 수련은 혼자 해야 진짜라고 홈페이지에 떡하니 써놓은 베를린의 그 아쉬탕가 요가원이 얄밉기도 해. 그럼 요가원 하지 말든가. 이렇게 쓰면서도 그 뜻을 이해할 몇 년 뒤의 나를 난 벌써 미래에서 봐버렸어…!)

나중에는 체력이 떨어져서(체력은 좋은 안내자로도 그것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힘겨이 끝으로 몸을 질질 끌어간 듯 하지만
정말 진귀한 경험
2시간 10분의 수련..

내 체력이 나는 이 정도로 떨어지는 줄 몰랐는데
요가와 다른 종류의 운동을 접하면서 나는 그 사실을 타인의 입으로 내 느낌으로 아주 매섭게 깨달았고
맨날 날서있는 것과 체력이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아주 큰 부분일 거라는 생각이 요새 든다
여름을 그리 힘들어하는 것 또한..
그러니까 몸은 나에게서 이러나 저러나 떼어낼 수 없는 주제가 되어버린다

ㅇㅇㄱㄴ ㅇㅈㅇ을 졸업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나만 특별하고, 나만 알고, 말 많은 그런 사람.
힘드니까.
이제는 에너지가 통해야 하니까.
적어도 사람은, 주고 받고가 되어야 하니까.

.

요가는 정말 좋아
요가를 만나서 기뻐

샘은 그리 오래 함께 수련하지 않은 수련생인데도
’선경 허리가 약하니까, 허리를 잡아야 해‘ (손으로 잡으란 소리가 아니라 힘으로 허리를 잡으란 소리 ㅋㅋ)
’선경은 여기를 써야 해,‘
이렇게 나를 꿰뚫는 말을 해주고는
정성스레 나를 꾸욱 눌러준다
고옵게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베를린에 샘도, ㅇㅈ 샘도 모셔가고 싶어
그럼 난 그 시절이 거의 슬프지 않을텐데



인스타에도 적었지만.

그 주황빛 바닥에 몸을 붙이고는 몸을 풀 때
이곳을 지독하게 사랑하게 될 거란걸
나는 아주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 알아차림은 정말정말 고요히 스며드나 선명한 순간
또 얼마나 애틋할 거니

(내가 생각하는 건데, 윗 문단은 딱 여기까지의 기록이 좋다. 거기서 더 나가서 ‘정 많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오늘도 주책바가지인 나.‘ 어쩌구 등의 구질구질한. 자기를 낮추는 척 하면서 자기를 특별하다고 으스대지 못해 안달난 그런 멘트. 촌스러우니까. ㅊㅇㅈ 작가, ㄱㅁㅈ 무용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