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2023

추워서 견딜 수 없어질 때 쯤 나는 스타벅스를 나와 걷는다. 향교로 향한다. 지도 애플리케이션만 따라가지 않고 지도 본 내 눈과 발의 길을 따라 걷는다. 둘러보고 싶은 곳은 둘러보고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다. 산이다보니 길 통해 있을까 싶어 그냥 방향 맞추어서만 갔더니 진입로가 막혀 있다. 1초 지나간 나를 보고 전원주택 꾸린 젊은 아저씨 ‘어디로 가세요‘ 친절하게 물어온다. 아 안녕하세요 저 향교 가려고 하는데요 나도 친절하게 대답한다. 아저씨 마당일 하다가 집중하고는 큰 길 한참 내려가다보면 지에스가 보이고 거기서 왼쪽으로 꺾어서 가다보면 음…… 향교 라고 써있다고 한다. 너무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알려주신 대로 간다. 대화나누는 사이 그 집 강아지는 내게 부비적대고 나는 그 부비적을 예뻐해줬다.
걷다보니 아저씨의 말이 의심스러울 때 즘 지에스가 나왔고 또 다시 의심스러워질 때 즘 향교 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인 표지판을 봤다
향교는 고등학교 안에 있었는데 아마 향교 옆에 위치하는 특성 상 이화학당 이화여고 따위처럼 이 고교는 남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구하는 남자아이들 축구하는 남자아이들 이제는 나의 오빠도 나의 또래도 아닌 작은 아이들이다. 자라나는 아이들. 그을린 얼굴을 한 어딘가 실없는 그 얼굴들의 색깔이 푸릇푸릇해 나는 슬퍼질 때가 자주 있다. 여자 지나간다고 소리 지르지 않고 자기들 놀던 것에 온 집중하니 서울 남자애들과 달리 정상적인 남자아이들이구나 예뻐보인다. 이런 게 예쁘다. 철없는 짓 할 때 말고, 아이들이 철들었을 때. 누구들은 철든 아이를 안 좋아한다지만 나는 철든 아이를 가장 예뻐하곤 한다. 성북구 장위동 봉사를 할 때도 그러했다.

향교 안내해주시는 해설 선생님 연세도 우리 아빠보다 10세는 더 드셨을 텐데 나에게 깎듯이 ‘선생님’이라 불러주신다. ‘선생님 ㅇㅇㅇ 들어보셨지요?’ ‘아니요 못 들어봤어요‘ 하면 놀라는 기색도 쯧쯧 하는 기색도 없이 ’아 ㅇㅇㅇ은 ~를 말하는 것인데요‘ 바로 설명해주신다. 왔다 갔다 턱 있는 곳에서는 턱을 조심하라고 뒤돌아서 말씀도 해주신다. 뒤에 위치한 계단에 올라갈 때에 선생님은 왼손 나는 오른손 인사도 올리고 올라갔다. 선생님은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설명해주신 대로 발도 한 발 한 발 올라가본다.
그리고 내가 동쪽으로 향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