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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2023
경 Kyung
2023. 11. 16. 07:07
밤이면 찾아오는 빗소리가 좋아
반가워
오랜 친구 같아
나 오늘도 왔어라고 웃어주는 것 같아
창문을 열고는 하염없이 빠져 있고싶은데
집이 추워질까 난방비 걱정에 못 그러는 나는 어린 유학생이야
(물론 그 돈을 집 꾸미고 좋아하는 거 사고 좋은 거 사먹는 데 다 써서 큰 의미가 없어)
한국사람들은 비 맞는 걸 싫어한대
어제도 다른 사람 입을 통하여 그 얘길 들었지
나는 비 오는 거는 물론 맞는 것도 좋기만 해
중학생 때는 우산도 있으면서
학교에서부터 인왕산 넘어 집까지 한 시간 넘게를 폭우를 맞으며 걸어온 적도 있어
정말 수도꼭지 물같은 비였는데도
그냥 즐겁고 좋았지
날아갈듯이 즐거운 거는 아니었어
그럼 미친여자 소리를 들었겠지 하하 웃으며 쫄딱 젖어 있으면은
그냥 묵묵한 즐거움이었어 큰 표정 없는
난 그런 게 좋아
오두방정 떨지 않는 것들
존재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나지 않은 것들
조용한 것들
혼자서는 기쁨도 조용한 기쁨이 예뻐보여
이렇게 건너와 사는 까닭은
대단한 꿈에 있지도 않고
개척이고 뭣이고 하는 것에 있지도 않고
사실은 그냥 그런 것들이야
그냥 내가 어느날의 자유로웠던 나를 다시 불러오는 거
내가 누구였었는지 기억하게 하는 거
내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곳
그런 삶 좋다고 말하겠어 라고
어느날 일기에 썼었어
외로움에 소리없이 울다가도 나는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