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하반기 (입국 후)
가장 힘들었던 4월
우리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준 4월
이제는 4월이란 단어도 싫고 입에 올리기 싫고 미워
그렇지만 그럴 순 없지
이제는 보내준다

고맙게도 학교에서 상영해줘서
하염없이 휴지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사람도 있고
우리는 우리가 함께 앉아 있어서
그게 위로였겠지


16일에는 부러 안나와 약속을 잡았어
가장 밝은 얼굴을 하고 싶었어


할머니와 꼬옥 껴안으며 인사했고
내가 여기 다시 돌아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해주었어


한국에서 외국 주소로 보내본 첫 편지
잘 도착했다는 연락도 받고

서울에서 보낸 편지도 받아봤어
승렬이가 보낸 것을 제외하고
서울에서 보낸 엽서는 받아보았지만
편지는 처음 받아봤어


오랜만에 보는 하늘은 매일 보아도 감격하게 했고

나는 솔로 영상이었나 그런데
이런 게 웃긴 4월이었어





이 사람이 하는 말들이 참 좋았어

ㅅㄴ님네 계단. 저녁에 초대 받아서
여기를 오를 때 더 이상 막막하지 않았고

쑥라떼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어

우리 집은 동향이라 오전에 햇빛이 많이 비춰
그게 좋았어


채소가 푸를 때 좋아

그런데 이렇게 푸르러서 푸른데도 슬프기도 했어
아름다워서 슬펐어

타곰이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고

그래도 열심히 쿠티카에 가서 앉았어



나는 짜고 자극적인 걸 진짜 좋아했었어
서양식 자극적인 거 말고 한국식 자극적인 거 있지
김치도 밥 없이 그냥 먹을 수 있는 애니까
여전히 그때의 습이 몸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머리와 혀가 그리고 온몸이 덜 자극적인 걸 먼저 찾아
그래서 저 된장국도 음청 맑았어 전형적인 아지매들은 디톡스 스프냐 할 것 같은 맛
근데 집에서라도 이렇게 먹는 게 좋아
맛있고 좋아
몸이 씻겨지고 따듯이 새로 차는 느낌


예쁜 포장지
나는 이런 거에 감동하곤 해








여름이 왔음을 느꼈던 날
4월이 끝남에 안도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