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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생각_2

경 Kyung 2024. 8. 23. 03:57


22.08.2024

조심조심 사뿐사뿐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다. 심지어 나 자신이 그렇게 행동할 때마저. 엄청난 행운이야. 그런 것들을 아는 건. 친절하게 기분 좋게 행동하는 것이 주는 효과를 알아채고 아는 것. 옆에 와서 앉을 때 기분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비록 떨어진 옆 테이블이라 할지라도.

설령 어떤 옷이 어떤 곳에선 다소 부담스러울지라도, 그것을 눌러서 현지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고, 그곳의 노말함으로 조금이라도 수렴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오늘은 날이 추워 조금 더 톰톰한 옷을 찾다가 부디무드라 점프수트를 아주 오랜만에 챙겨 입었다. 제작년 가을 첫 독일 입성 후 한 번 입고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못 입다 오늘 처음. 그러니까 2년만인가. 오늘 역시 부담스러운가 생각했지만 허리끈을 아예 조이지 않았고 소매를 팔꿈치 위까지 걷어 올렸으며 점프수트 색상이 밝아서 에코백을 짙은 색으로 골라 색감을 약간 눌러줬다(하하하 난 한국에서는 밝은 색만 100퍼센트 두르고 살았는데 여기 온 후 나름 이곳에서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운동화 신고. 그러니까 그때랑 같은 옷인데 완전 다른 모습이 되었다. 여기랑 잘 맞고 나도 적당히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훨 편하고. 이런 게 적응이구나 싶어서 감개무량.

아침 일찍 첫 일과로 카페로 산책을 나가 커피를 마시는 것은 나의 경우 그 하루를 좋게 보내는 것에 참 도움이 된다. 이 일과를 자유대로 옮긴 후 수업 가기 전에도 종종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긴장. 오늘도 아침에 나올 때에 긴장이 됐다. 특히 옷차림으로 인해 더욱. 그러나 긴장하면 긴장한 것은 티가 난다. 그러니 그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나를 위해서. 남 앞에서 긴장한 내 모습을 지니고 다니는 게 스스로 싫으니까. 내가 여유롭고, 이 풍경에서의 영감을 발견하고자 나무를 보고, 내 옷차림과 걸음거리에 자신이 있고, 그런 곳에 의식을 데려오면 자연스레 나는 실제로 그러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티가 날 것이다. 나 같은 예민종자면 느낄 수 있다. 나의 심리적 변화에 따른 남들이 나를 보는 눈의 변화를. 어쨌거나 그런 <땅에 발 붙이기>를 걷는 짧은 시간에도 훈련하고 나면 누구를 마주쳤을 때에도 스스로에 대한 그러한 무게감으로 상대를 대할 수 있다.

레들린 등 누구를 마주치면 뻘쭘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행동으로는 오지게 안 뻘쭘한 척 하지만ㅋ) 먼저 wie geht’s dir oder Ihnen 하고 편하게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 사실은 내가 그들에게 거리를 장막을 두고 있었다. 그럴 거 없다. 마음 속으로 사람에 거리 두지 마 제발. 이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처, 연연. 마음을 놀래키거나 꽤나 불편하게 하는 일어나면 꼭 그것에 연연하고 답장을 받을 때나 기다릴 때, 아침에 눈을 뜰 때, 그것이 떠오를 때 가볍지 못하고 심장이 자꾸 쿵 떨어진다. 나는 그런다. 다음날이 되고 심하게는 몇 주가 지나도 그 생각이 나에게 찾아와 심장을 쪼그라들이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나와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면 아주 자신 있게 안다. 그것들은 나를 조금도 다치게 하지 못한다는 것.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것. 사실 그건 집에서 혼자 있을 때에도 알긴 하는데… 그걸 알면 조금 덜 신경쓰는 방법과 수행은 내가 찾아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니까 사뿐사뿐 고상한 게 좋은데. 우아한 게 좋은데. 그렇다고 틀에 박히거나 따분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게 중요해.

말을 할 때. 항상 구체적으로 하도록 한다. 그래도 글을 쓸 때면 표현이 채에 거르는 과정을 통하여 점차 분명해지지만 말을 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내가 그것에 소홀한 편이다. 그러니까 이게 일반화랑도 연결된다고 보는데. 말을 구체적으로 하려고 하면 생각을 평소에 구체적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일반화의 정반대에 있는 거겠지.

여기는 가을이 온 것 같다. 날이 춥다. 작년까지 두 번은 이맘때 독일에 들어왔었다. 그러면 비행과 함께 여름이 한순간에 끝났었다. 이번에는 9월에 짧게 한국에 간다. 나는 이제서야 여기에 정말로 녹아들기 시작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의 방학들에는 내가 여기에서 프로젝트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더 붙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에 대하여. 내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얻었던 친구도 다정이 하나였다. 그런데 HU에서 얻은 친구가 몇인가? 그리고 누가 누가 있는가? 세상이 그러하다(모호한 말 미안). 여기서는 친구 없다고 울 일(비유적)이 전혀 아닌 것이다. -> 그러니까 절친은 안나 하나지만 좋은 사람들 많이 얻었다는 뜻. 심지어는 한국에서보다 더.. 한국친구만큼 심적으로 가까울 수 없는 건 당연하지만. 그리고 겨우 1년 동안 안나를 얻었다는 뜻….

두려움이 찾아올 때면 ‘여기가 내 집이야’라고 주문을 외면 좋아진다. 그리고 내가 간과하는 게 있는데, 실제로, 그러니까 100퍼센트로, 내 집이기도 하다.

자전거는 독일 사는 동안 하나쯤 장만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