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0.2024


잘 못 잔 다음 날.
쏟아지는 피로를 핑계 삼아 무의미하게 흘러간 하루지만 그래도 밤에는 한 시간 남짓 요가를 한다.
썸머타임이 끝났으니 지금은 사실 원래의 루틴대로라면 밤 21시.
내가 21살 처음 혼자 살기 시작한 집,
그 시절 이사 선물로 승렬이가 줬던 작은 램프.에 여전히 의지하여
여전히 어리숙한 25살의 집 비좁은 공간에서 내 나름의 세계를 다시 만들고 다진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었는지. 어떤 길을 걸어왔었는지.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은 뭔지. 난 뭘 해야 하고 하고 싶은지.
나에게 필요한 건 뭔지. 내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그러다가는 이런 초라하고 황량한 혼자의 집 말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능력 있는 안내자의 수련원에서 요가를 하고
파란색 서울시내버스를 타고 상암동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삶.을 가지지 못하는 것에 심장이 쪼그라들게 아파지기도 한다.
그래도 1인분의 온기를 피운다.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냥 내 얘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내가 행해 온 어떠한 일들에 대하여 후회라는 마음이 피어날 때는 그것을 토닥여 덮어주기도 한다.
짧아진 햄스트링을 풀려 전굴자세를 열심히 공략해보기도 한다. 사람의 몸 뒷면에는 지나간 일에 대한 감정이 쌓여 있고 그래서 전굴을 힘들어 하는 사람은 그 감정을 처리하는 데 능숙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원래도 전굴에 약하지만 뒷면을 자세로써 수행으로써 돌보지 않고 방치하여 전굴에 더 약해진다. 전굴은 그 자체로 불편한 마음을 일으키지만 꾸준한 수련이 동반되지 않는 시기이면 스스로의 육체에 대한 불성실에 더 불편해진다. 나는 항상 그러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는다. 그래. 오늘 안 했으면 다음의 전굴은 더 고통스러웠겠구나. 지금의 내가 지금의 나와 다음의 나를 도와주고 있어. 이렇게나 굳어 있는데 지금 이 순간 풀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지킨다. 한국에서 떠나 혼자 사는 생활 중에는 스스로의 수련에 만족하는 법이 통 아니 단 한 번도 없지만 그래도 때때로 정진한다.
언젠가 요가지도자과정은 삶에서 만나져야 할 무언가임을 느낀다.
잠을 못 자면 수련할 때에 목과 어깨에 긴장이 배로 들어가고 아사나와 정신이 합일하지 못한다. 그러면 불편한 감정이 증가한다. 잠은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서 자야 한다. 잠을 자서 피곤해. 까지는 괜찮은데 피곤하면 그 상태가 내가 다른 일과를 하는 중에 분노와 짜증을 유발하니까. 그건 나에게 안 좋은 거니까. 잠은 정말 중요하다.
평가. 나같이 회의적이고 삐딱하기를 타고난 사람은 정말 그러한 태도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이미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 속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는 일을 말릴 수는 없다. 그런데 그 순간 그러한 나에게서 한 발짝 분리되어야 한다. 지금 이건 평가야.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고 겪어본 적이 없어. 라는 걸 스스로에게 알려줘야 한다. 중요한 건 내 평가는 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머문다. 나만 그것들과 공존한다. 그러니까 내 관념에 빠지지 않고 그것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