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2025 - 22.04.2025
1. Ich habe mich wieder mit Pink versöhnt. 나는 분홍이랑 다시 화해했어.
지금보다 어릴 적 그리고 근 몇 년까지도 분홍은 나에게 유치한 색. 내 거 아닌 색. 여자 아닌 ’여성스러움‘의 색. 나는 알게 모르게 성별 프로파간다로 분홍을 오래 미워하며 살았다. 이제는 나에게 정말 Liebe. 사랑의 색. 사랑이란 말조차도 멀리 했지만. 아마 사랑이란 단어를 받아들이는 것과 분홍을 받아들이는 게 함께 같이 왔었던 것 같다. 분홍. 다시 내 삶의 군데군데 여러 색깔로..
2. 꽃가루 알레르기 땜에 힘들다. 나 요즘 꿀피부의 여자였는데 세상에 피부까지 뒤집어져서는 따끔거리고 근지럽다. 콧물 재채기 눈 가려움은 당연한 거고.. 피부 뒤집어지기는 처음이라 신경이 오지게 쓰인다. 먹는 것도 바쁘다는 핑계로 장 안 보고 다 사먹어서. 갑자기 며칠 전부터 급하게 요리해 먹고 있다. 며칠 전 다정이가 주고 간 것으로 기억하는 계절성 알레르기 약을 먹고 잤는데 효과가 한 이틀 가고 오늘 약발이 떨어진 건지 다시 시작되었다. 아 진짜 언제까지 이 고생 해야 할까? 한국에서는 2-3주면 끝났던 것 같은데.. 왜 여기서 작년에는 안 겪었지? 이상하다 그것도.


독일 애들이 별 연구에는 진심인 게 꽃가루 관련 사이트도 엄청 많다. 지금은 Eiche, Rotbuche 가루가 가장 날린다고..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인데.
그러다 지도에서 서독보다 동독이 월등하게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농도가 심하다는 걸 알게 됨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동독이 환경파괴가 적어서 꽃가루가 더 강하게 날리는 거란다. 좋다고 생각할까?
그 와중에 그 남자 나무 뭐니 숫나무?가 알레르기 유발 가루가 더 날린단다. 역시 남성에ㅡ대한 혐오는 어딜 가나 정당화된다.

이 머리끈 사려고.

진짜 에스테틱은 버리고…
아침에 참다참다 배고픔을 못 이겨 해먹는 식사라 처참한 비주얼이지만.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해먹었어.






이것도 어떤 다른 날. 내가 좋아하는 고릴라네 토마토 포카챠 사와서 다음날 아침 뎊혀먹는데… 시바 빨리 먹을 생각으로 고온으로 했다가;; 다 태워서 가위로 다 잘라냄. ㅋ 맨날 비슷한 루틴.

물론 칭찬만 한 거지만 그래도 칭찬도 맞는 방향으로 함.

비판하되 사랑하는 방식!
거리두기 하면서도 책임감을 느끼는 태도!
나를 정말 잘 파악했구나. 쩐다.

너무 놀고싶고 너무 학교 가기 싫고 너무 힘들어서 이런 거 만들어댐. 학교 수업 어느 주에 안 가는지 표….. 놀고 싶어. 조금만 더 놀고싶어!


엉망진창인 삶도. 사랑해



그리고 오늘 밤.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온 피부의 근지러움도 내일 하루 전체도 세미나에서 발언해야 할 일도 40장 페이퍼를 읽는 것도 뭐하나 쉬운 게 없고. 사실 이번 주 정말 힘들지만.
그래도 89유로치 장을 봐왔고.
해내야지 어떡해.
사실 요새 진짜 힘드러 얘드라! 내가 3학기 동안 좀 안 해놔서! 그런데도 난 제때 졸업하고 싶은 한국인이어서! 사실 아무도 제때 졸업 안 하는 문화지만 나는 제때 졸업을 너무너무 하고 싶고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어. 그러니까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구조인 건데 (여기 건너온 거 자체나, 대충 하고 시험도 안 쳐놓고 했던 과거의 나나, 굳이 빨리 졸업하고 싶은 나나.) 해내야지 뭐 어쩌겠어. 해내고 싶어!
물론 커피 마시고 싶고 친구들이랑 맛있는 한식 먹으러 가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들 있고. 다 있지만.
여기서 본격적으로 여기 애들 몫을 하고 살려고 하니까 그게 너무 부담스럽고 힘든 것 같아.
너희들이 잘 알듯이 나는 오지는 감정 균형추구의 사람이라
저러면서도 흠 뭐 여기 애들처럼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아. 난 독일인도 토속한국인도 아닌 그냥 한국 출신과 한국 문화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다른 문화도 축적한 그냥 또 다른 존재야. 니들 독일인처럼 될 생각 없다ㅜ이것들아. 해버리곤 하지만….
그래도 학기가 시작할 때라 더 힘든 것 같아.
너무 걱정하진 마. 나 잘 알잖니.. 오지게 외로워하다 오지게 기뻐하다 하는 여자인걸.
한 명 한 명 안 바쁜 사람이 없는 듯한 너희.
너희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 뭐라고 달리 표현할 말을 잠깐 눈 굴리면서 찾아봤는데..
잘 지냈으면 좋겠어가 맞는 말인 것 같아.
다른 소망의 말들은 지극히 내 생각구조의 말인 것 같아.
잘 지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