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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
경 Kyung
2022. 6. 27. 08:03
그 애가 태어났을 때부터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살았던 합정동 일대
그러니까 그 애에겐 특별한 동네야
나는 이 주변을 그렇게나 미워했지
합정동, 망원동, 성산동, 서교동
예외없이 모두
정신 없다고, 빡친다고 말이지
많이 가보았지만 맘 붙일 카페 하나 찾지 못했고
그 애가 자랐던 때와는 다르게 길에는 언제나 잔뜩 꾸민 채 담배 피는 허세남들이 가득, 더러웠지
약속 장소를 가는 길에 너무 이르게 도착할 듯 해서
부러 성산 2교에서 내려 서교동까지 천천히 걸어간다
그 애 없이는 처음 이곳을 와보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많이도 보고 걸었던 홍제천의 윤슬이

어린 그 애가 좋아했던 리치몬드
여전히 너에겐 특별한 곳이지
어린 너는 안 보이지만
여러 장면의 너랑 나는 겹쳐 보인다
따릉이를 세워두었던 그 장소도 고스란히 있어
그때는 아무런 걱정 없이 너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데에 내 전력을 다했었다
다시 돌아온다면 이 동네를 종종 함께 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네가 수도 없이 종로와 은평에 함께해주었던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