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언니는 나를 ‘정말 아끼는 동생’이라 소개하곤 했는데
이제 나는 언니의 ‘친구’가 되었다
10년이라는 세월 무색하게
저기 어디 동네 친구처럼
옛날에는 나이라는 건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생각했지만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도 이렇게나 다른데
심지어는 아침의 나와 저녁의 나조차도 다른데
어떻게 10년의 나이차가 없는 것이겠어
곱게 어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면
그러하다
하루종일 또래 친구 같기만 했던 언니가
신사동 카페에 나를 데려가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의 질문에 답해줬을 때
그때, 언니가 언니라고, 새삼 느꼈다
그리고 독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지금 이 때를 그리고 지금 언니의 말을 떠올리겠다고 말했다
언니를 처음 만났던 사직동그가게-이제는 아주 변해버린-에 몇 년만에 다시 갔던 날
아마도 마지막 방문이 될 것 같았던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