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비되지 않고
마비되면 안 되니까
아침이 오면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의 여자로
일을 해야 하니까
차가운 물을 받아
그곳에 얼굴을 담글 어머니
그를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밥을 먹고
맛있는 것을 먹었다 안도하고
이런 날 행사를 여는 이들
놀러다니는 이들을 혐오해보지만
밤이 되면 여느 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익숙한 침구에 내심 안심하며
잠들어버릴테니까
정작 그 어머니는 빈 방의
몇년이고 곱게 접혀 있는 침구를 부여잡고 있을텐데도
아 쉽지 않아
뭐가
쉽지 않은 거에 정작
발도 못 담그어 보았는데도
바다 앞에서
나는 바다를 그 이유로 무서워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주제에
빨래를 물에 가득 담가놓은 세탁기
를 보면
벽을 잡고 호흡을 해대도
뒤돌아서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주제에
매해가 싫어
오늘이 싫어
무너질 사람들
무너져야만 하는 게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