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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by 경 Kyung 2022. 4. 14.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지 한참 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가까운 지난 날들 나는 매번 누군가와 함께였다
혼자 커피를 마시러 가고 혼자 서촌길을 누비며 걷던 때
혼자 모든 틈을 비집고 돌아다니던 때.. 아주 오래전처럼 느껴진다
맞아 오래 전이야
그때 나는 좋았다
왜 지금의 나는 그때의 혼자였던 나보다 덜 풍족한가
베를린에 가면 풍족해질까







사실 나는 답을 어느 정도 안다
혼자만의 시간을 쓸 여백이 내게는 없는 거다
몸을 짐짝 끌듯 질질 끌고다니며 일과 1,2,3.. n을 클리어 해내고
잠깐의 틈이 생기면 집에 축 늘어져 있는다
그런 틈 사이를 끌어내 겨우겨우 누군가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베를린에 가면 혼자의 시간을 지겹도록 보내게 되겠지
이런 고민을 했던 게 배부르다 생각하면서 이런 스스로를 얄미워하면서
벌써 그 생활의 외로움이 풍긴다

‘언제 예전에 품었던 낭만과 열정을 다시 가질 수 있을까’
라는 나의 몇 해 묵은 질문에 대한 답은
자주 혼자 놀 때
이다 하지만 이건 반쪽짜리 대답에 불과하다
진짜 정답은 베를린에 가면 또렷해질 것이다
내가 비로소 무섭도록 혼자가 되어버릴 때..
그간 내가 혼자가 될 수 없어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나이가 들어 이런 인간으로 굳어버린 건지
그때는 정확히 알게 된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하는데도
그것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는데도
자꾸만 결핍되던 이유는 어쨌거나 첫번째로 내가 충분히 혼자이지 못해서라고 해둔다
이러나저러나 자주 혼자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