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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2024

by 경 Kyung 2024. 5. 11.

안녕
여기는 베를린
나의 작은 스피커에서는 이병우의 인연이 계속해 흘러나오고 있어
역시나 작은 나의 방은 체계가 없고 너저분하지만
내 손에는 오늘 받아온 체류증카드와
책 두 권이 있어
들여다보고픈 책이 한 순간에 두 권이나 있어줘서 감사하지
그것도 동그랗고 네모나서
사랑스러운 한글로 된 책 말이야
마음이 좋게 시끄러워서 또 나는 좋게 차분해져야지 싶어서 허가증을 가까이 쥐어보고 있어
기쁠 때는 기꺼이 기쁘되 다시 내 마음은 또 나를 찾아가야지
그런 걸 아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

나는 요즈음은 고독을 사랑해
외롭지 않아
아니 외롭지
근데 외로워서 좋기도 해


긴 하루였어
불면의 밤 보내고 이른 새 아침
카드 받기까지 받고서도 바쁘게도 움직였네
정신도 안 들고 비어 있는 속도 쓰린데
꾸역꾸역 셀프축하턱으로 초밥 먹으러
나한테 선물 주는 것도 혼자 기념하는 것도 게을리 하면 안 되니까
사람 꽉 찬 스시집에서 나 혼자 스시 먹는 건 좀
혼밥레벨 혼자레벨 엄청난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하며 먹었어
그리고 그러면서도 뭐 혼자 먹는 게 대단히 자랑스럽다거나 행복하진 않지만 서글픈 것도 아닌지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는 성장하는구나 싶었지


그러고 몸이 정말 괴로웠지만 유치원생들 수업 같은 제 3 외국어 수업도 빠지지 않고 갔어
아이샤 아르투르 마날 레오폴드 요제프
알록달록한 아이들
꼴깝으로 행동하는 애도 부담스런 애도 어딘가 크리피한 애도
배척하는 마음 없이 그냥 서로 옆에 흘러가
그리고 웃어줘 서로에게

좋은 것도 오고 나쁜 것도 와
사실 나쁜 게 정말 많이 오는 시간도 이어졌어
여기에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근데 나 나쁜 거는 이제 조금 덜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그렇게 할 자신은 없어서 소심하게 말해봐
벅차는 마음의 기록을 자주 하고싶어
여긴 내 일기장인 동시에 너희들이 보는 너희들을 향해 보내는 나의 메시지기도 하다는 걸
이제는 조금 생각하려구
근데 하하 이 문단을 시작하기 전까진 그런 생각 하나 없이 일기 쓰는 마음이었어
그냥 여기는 너희들이 보니까 나쁜 건 좀 덜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만 말하련다


내가 좋은 것만 쓴다고 내가 좋기만 하다고 생각하진 마 헤헤
너가 보는 나는 어떤 표정의 사람인지 나는 모르지만
혼자 있는 나는 그것보다 분명 좀 더 쓸쓸할 자신은 있거든 하하하하
나쁘거나 느끼한 건 아니구
그냥 그렇다는 거지

보고싶어 한 명 한 명
내 소식 궁금해해주고 봐줘서 고맙다
남들 느끼한 거 절절한 거 그렇게 싫어하면서
내 일기도 만만찮을텐데 그치 하하하하
그래도 일기여서 그러려니 생각해줘

보고싶어

잘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