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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 Kyung 2025. 3. 26.

상대는 12시간이 지나도록 나의 메시지를 읽지 않고 씹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튀르키예 친선자리에 간 사진을 스토리에 업데이트 하는 것에 더해 좀 전에는 한국에서 보낸 10일간의 사진을 인스타 게시물로 아예 올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소통의 기본적인 태도를 갖추지 못한 인간들인데. 그런 부류임이 결국 이렇게까지 드러나는 게 아쉬운 일이다. 후진 인생. 여태 어떤 사람인지 파악을 못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런데 문화권에 대한 파악이 부족했다. 오로지 좋은 말만 할 수 있고 듣기 조금만 싫은 얘기하면 그것을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그래서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내 가족한테 말해야겠어, 배신자야, 내가 해준 게 얼만데 식의 후진적인 생각구조와 레파토리. 얼만큼의 문화 차이를 가지건 그것은 각자 완전히 겹칠 수는 없이 각자의 몫은 그대로 간다. 그런데 태도와 같은 것들은 얘기가 달라. 지 할 말은 뭐가 그렇게 많아서 진실을 비틀며, 제 3자의 이야기를 하며, 남이 그간 전달해온 내용을 무시하며,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받아들이지를 못하며, 후진 너 알아서식의 태도를 보이는가. 이제껏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소통했고 내밀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런 식의 태도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태도가 바뀐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비판 혹은 제대로 된 피드백이 불가능한 문화. 그것으로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나야 할 말을 다 했지만 엊그제 그러지 못한 우리 가엾은 혜윤이는 얼마나 또 황당하고 얼척이 없으며 한 대 치고 싶을 것인지.
상대의 남동생은 날 언팔로우 했다. 아무 일 하지 않은 혜윤이까지. 그것도 위의 후진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누나가 화를 내. 네들이 어떻게? 언팔로우. 아니 언팔로우 할 거면 내가 지를 팔로우 하는 것도 끊어야지 왜 지가 나 하는 것만 끊어. 이것도 똑같이 언팔하면 똑같이 소통 하나 없이 개좆 같은 유치한 짓하는 상대가 되는 것 같아서 안 하고 있고. 상대랑 통화하게 되면 내 의사를 전달하고 끊으려고 하는데. 저런 식으로 잠수를 타니. 가족도 참 닮아 있다.
어쨌든 지날수록 마음은 잘 정리가 된다. 이미 모스크에 다녀온 날 내 마음은 본격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었다. 앞으로 한국에 초대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그 가족을 보러가지 않을 것을 결정해두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속시원하게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뭘 왜 자꾸 신경쓰는 걸까? 사실은 통화해서 내가 오로지 맞았고 너는 오로지 틀렸음을 완벽하게 지적해주고 싶어서다. 물론 처음에는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내 입장은 어떤 거였는지 설명하고픈 희망이 있었고 시간이 흘러 딱 그 문화권에 기대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후로는 너가 틀렸고 네 태도가 얼마나 후진 수준인지에 대해서 지적하고 알려주고 완전히 패배시키고 싶다. 사실 그게 맞다. 안 미안하게도 내가 맞고 혜윤이가 맞고 네가 완전히 틀렸다.
그렇다면 답장 안 하면서 일부러인지 뭔지 포스팅은 계속 한다고 역정 내고 배은망덕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상대는 내가 그거에 영향 받기를 바라고 일부러 하는 짓일 수도 있을 터.
내 입장에서는 .. 어차피 이제는 만나지 않을 상대이라면. 그리고 이제 나의 의도가 상대에게 나를 우리를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굴복시키고 네가 얼마나 멍청한 사고를 가졌음을 알려주고 싶은 것에 있다면. 그렇다면 사실 나한테 답장을 얼마건 안 하든 상관이 없는 일이었던 거다. 그러니까 연연하지 마. 혜윤이를 만나서 같이 오지게 씹어주고. 혜윤이 생일을 넘어가는 순간에 가장 반짝이는 축하를 해주고. 새 아침에 새 기분으로 일어나서는 맛있고 따뜻한 밥을 해먹이면 된다. 어쩌면 상대는 알았을 수도 있다. 혜윤이 먹일 생각을 하면 우리 집 식습관과도 다른 모습의 반찬 몇 가지 푸짐한 식탁을 생각하게 되지만.. 한국에 첫 방문한 외국인인 상대에게는 그것에 절대 미칠 수 없는 수준의 식탁을 차렸음을. 아마 그런 것으로 알았을 지도 모르지.
하여튼 내가 아무리 수련을 오래 했어도 난 남들이 나한테 수준 낮은 짓 하면 꼬치꼬치 지적질해서 조금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피말리게 하는 그런 숨막히는 성격을 분명 가지고 있고. 그래서 수련으로 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해도 불쑥불쑥 나를 계속 신경쓰도록 만드는 것이 인간의 구조이니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비울 것은 비우고. 떠난 기차이니까. 좋을 때만 좋은 그런 관계. 그런 거.. 결국 예쁜 쓰레기니까.
21살의 해ㅅ, 24살쯤인가의 민ㅈ. 그리고 26살의 지금 상대. 어느때나 손절해야 할 수준 이하의 주변인이 온다. 그것은 나의 성숙도와 나의 잘못과 나의 안목의 탓은 아니다. 죄책감 가지고 지난 시간을 아까워하고 할 필요 없다. 시절인연이라는 게 대부분의 경우 가까웠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 멀어지는 정도. 이지만은. 사람 인연이라는 것의 특정 상 어떤 순간이든 나에게 구린 짓을 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건 가차 없이 씹고 보내주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격동의 마음은 사라지고 ‘응. 구렸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