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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2025

by 경 Kyung 2025. 4. 26.


어느덧 4월도 다 가네.
이번 4월은 예년 4월에 비하자면 급성 병리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슬픔은 없었던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그건 내가 좀 더 나쁜 사람이 되었다는 말일 수도 있지.


나는 스물여섯이고.
내년부터는 부정할 수 없는 20대 후반이 되는 거 아니겠어.
나는 어서 학사 졸업을 하고 싶어. 나 여기 입학할 때 캠퍼스투어에서 만났던 석사생 언니는 어느덧 이번이 막학기라지 뭐야. 이번 학기 마치고 논문 쓸 건가봐.
나도 학사를 졸업하려면 논문을 써야 해. 내가 쓸 논문에 관해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난 얼른 학사 졸업을 하고 싶어.
되게 힘든 날 언니를 만났었어. 그것도 생각해보니 바로 그저께네. 몸과 마음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알람을 끄고 자고 이상한 시간에 자고 몸이 이유 없이 쑤시고 하느라고 시간 감각이 없어졌어. 오늘도 금요일 아닌 토요일 같았어. 어쨌든 수요일 갑자기 학교에서 서로 연락이 닿아 학교 근처 유나라는 커피가게이자 바이자 한 곳에서 만났지. 이제 나름 나는 그곳에 간지 열 번이 되어갈 거야. 절대 집처럼 편한 곳은 아니지만 내 나름의 추억과 정서가 이제는 얽힌 곳이지. 나중에 베를린을 떠나고 여행으로 유나에 오는 상상을 이미 이번 방문에는 해볼 수 있었지. 그 미래의 시선 같은 걸 미리 느껴볼 수 있었지. 그 말은 즉슨 내가 학사 졸업을 하면 베를린을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굳고 나의 직관이 떠나리라 하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유나도 그렇고 떠나면 어디가 안 애틋하겠어.
이날은 다시 한 번 정말 힘든 날이었는데(내 힘듬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지나갈 수 있는, 감사한 행운의 순간이 올 때에는 설명하지 않으려고 해! 힘든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서.) 어떻게든 심정을 쥐어짜서 언니를 만나 아이스 말차라떼를 마시길 정말 잘했었지. 저번 주 딱 이 시간에 새나 님을 만나러 갔을 때도 그랬어. 차로 집에 데려다주시던 노을길 생각이 나네. 다시 돌아와서.. 독일에서 석사고 뭐고 학사 졸업하는 게 유학생한테 젤 힘든 일이라는 속설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언니가 자기는 맞다고 그렇다고 대답해준 게 나에게 위로가 되었지. 지금 내 힘듦이.
그리고 기본적으로 한국인이지만 한국에 발 붙여 살기는 쉽지 않고 그렇다고 백인사회의 혐오스런 점도 외면하지 못하는 두 사람 간의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어. 때로는 그런 얘기를 나누면 더 막막해. 차라리 무언가가 나만의 일이라면 지금 내가 잠깐 특별한 어떤 시기에 있고 이것은 또 특별한 경험으로 풀리겠구나. 라고 생각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와 사는 그 이방인의, 여기서도 저기서도 내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닌 여자들이랑 이야기를 나눠보면 똑닮아 있거든. 물론 때로는 위로 받지. 나만 그런 거 아니야 하고. 근데 이 몇 년의 상태가 지극히 보편적인 상황이어서 어떻게 해결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게 막막한 거지.
어쨌든. 나도 아마 언니가 하듯이 6학기째 안에 한 두 개 교양 빼고 필수과목들을 다 이수하고. 한 학기를 추가로 졸업논문을 쓸 거야. 그러면 이번 학기가 여름 25년학기(4학기), 25/26 겨울학기, 26 여름학기 하면.. 26/27 겨울학기에 졸업하게 되겠구나! 이루어지면 내 소망이;; 시간은 아마 빨리 갈 거야. 두 학기는 거의 개막장이었는데도 이수 자체는 맞춰서 할 수 있으니 다행이야. 그러니까 이 개고생이지만. 남들 4개 들을 때 7-8개 들으니까 안 힘든 게 사실 이상하지. 능력치도 그 정도가 아니니까.

그래도 중후반부부터 motivation을 가지고 시험 준비했던 저번 학기와 달리 이번 학기는 첫 주부터 처음부터 놓치지 않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있지. 그게 사실 생각해보면 처음이고 감사한 일이네. 첫 학기에는 체류허가도 나오지 않고 집도 구해지지 않고 다 무섭고 어쩌고. 두번째 학기는 학교 바꿀 생각에 학교도 놀러다니다시피 했고. 처음부터 공부하는 사람으로 완전히 집중을 해가면서 시작하긴 이번 학기가 처음이야. 4학기째부터 그랬다는 게 황당한 포인트지만 내 장점 중 하나가 당장 오늘 일엔 오지게 아파하지만 크게 지나간 중대사에 후회가 없지. 그때는 그때의 이유가 있었고 나는 지금의 이유 덕에 지금 이렇게나 대학원생 마냥 한 주에도 100페이지 더 쏟아지는 읽을 거리를 안 놓치려 열심히 하려 하는 삶을 살지. 때가 되었을 뿐인 거지.

그래도 집은 정말 엉망이야. 엉망도 이런 엉망이 없지만 우선 나는 이번 학기 첫 단추를 좀 여미기라도 해야 다른 걸 돌보겠지. 제때제때 졸업하려면 말이야;
내가 이렇게 ‘제때’ 라는 걸 따지는 사람이 되었네. 물론 이번의 ‘제때’는 세상의 기준인 제때가 작동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에게의 ‘제때’이기도 하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 동기부여 하려 해. 아프진 말자. 아마 나와 비슷한 스트레스로 독일 생활에서 몸에 문제가 생겨 휴학하고 귀국했었고, 돌아와서 생활을 이어갔으나 결국은 귀국하는 그분도. 나에게 계속 하는 충고니까. 나한테는 올 필요가 없는 충고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혼자 압박감에 부담감에 아픈 건지 아프려고 하는 건지 하는 상태를 경험하니 그거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구나 싶어.
이렇게 한 달만 버텼다가 독서주간에 좀 집을 재정비할까? 그러기에 나 아직 북경행을 포기를 못했네 마음으로. 500유로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서 못 갈 것 같지만.
북경을 못 가도 암스테르담이라도 진 보러 다녀올까 싶기도 해.
그리고 학기를 마치고 8월에는 혜윤이 보러 토론토에 다녀오고 싶어. 이미 티켓도 많이 보고 있는데.. 괜찮을까? 해도 되는 걸까? 과연 나의 때일까?

어제는 오랜만에 수풀림 근무를 해서 87유로를 벌어왔다. 작년에도 이런 소릴 했던 것 같은데.. 환율이 너무 올라서.. (그때랑은 비교를 못한다. 지금은 1700원 육박하니까.) 유로로 조금씩이라도 버는 것에 정말정말 감사하고 있다. 정말 너무나도. 아무리 힘들고 출퇴근길이 멀어도 해야지.
그새 알레르기약 먹은지 이틀 되었다고 귀신같이 기침, 콧물, 눈 따가움이 올라와 약 먹고 왔다.
다정이가 준 약인지 승렬이가 준 약인지 정말 고마워. 덕분에 지내.
아무래도 눈에 넣는 거 코에 넣는 거 약은 사긴 해야겠어.
하여튼 어제의 근무와 근무 후 쎈 술 한 캔으로 밤을 새다시피 하고. 저렴해서 (내가 좋아하는 알나투라에서 파는 스페인감자칩은 3.19유로인데 반해 1.99유로) 혹해 사온 레이스 감자칩을 먹었는데 감자 쩐맛만 나고. 그걸 먹고 나니 속이 니길거려서 뭔가 하루 시작할 때부터 발란스가 깨져버렸다. 그래서 집 앞에 중국 칠리오일면 먹으러 가고 싶었는데 깨진 발란스와 수면부족으로 실패. 그러면서도 과자로 배 채우니까 허기져서 늦게 막 이것저것 찾아먹게 되고.
오늘의 교훈은. 감자칩 그냥 3유로 하는 거 사먹기. 난 내가 사치하는 것 같아 걱정해서 감자칩이라도 일반마트로 옮겨 갈까 했는데.. 진짜 서민 슈퍼인 레베에서조차 감자칩이 1.99유로인데 (25g밖에 더 안 들엇음.). 그냥 1유로 조금 더 내고 맛있는 감자칩 사먹으련다. 종종 사먹는 훈제고기류(살라미 등)도 일반마트로 옮길 걸 고려하고 있었는데 이 경험으로 인해 회의적이어졌다. 그래도 얘네는 훈제고기류가 주식이니까 좀 많이 싸지 않을까? 내일 퇴근할 때 한 번 확인해보든가 해야겠다.

내일은 13-18시 케이터링 준비 근무하고. 미리 가서 밥 먹어야지. 그럼 아침엔 아스파라거스 좀 구워먹어라! 집 올 때 어차피 지나쳐오니까 알나투라 가서 천도복숭아랑, 후무스 사고(요즘 알나투라 후무스 아주 맘에 들어!), 물 사고, 버섯도 좀 잔뜩 사고. 모짜렐라 치즈랑. 부라타치즈랑. 계란이랑. 토마토도 있으면 좋고. 맥주도 몇 개 사고.
집 와서 책상머리 앉아서 뭐라도 하면 좋고.

일요일엔 ㄲㅅ 님 만나기로 했으니까. 전후로 학교 읽을 거리 준비 잘 하고..

월요일엔 중국면도 먹고 p크 cloppenburg가서 싼 옷도 좀 사면 어떨까 해? 이번 주는 한 번도 외식 안 한 착한 여자니까!!!!!!!!!

그리고. 난 책상머리만 앉으면 뭐든 하니까.
제발 책상머리에 좀 앉아줘. 선경아!

규칙적으로 샬로텐 성에 가서 걷기 운동을 한다거나.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지만.
우선 책상머리.

면 좀 제발 욕심 부리지 말고 80그람만 삶고.
덜 삶았을 때 팬으로 옮기라.

커피를 마셔야 그래도 힘이 나는걸 어떡해

갈까 해!

며칠 전 본 (수치는 안 정확함)
한국 20대 여자의 58프로는 이재명을
20대 남자 58프로는 이준석을 뽑는데
그 퍼센트들의 68퍼센트는 각각
전자 : 이준석의 반페미니즘 정책에 반대해서
후자 : 이준석의 반페미니즘 정책에 찬성해서

이지랄이 났던 게 생각났다. 여기도 딱 비슷한 수준이야. 독일에서 20대 남자들은 네오나치당을 제일 많이 지지하고
여자들은 좌파당(우리로 따지면 정의당 정도려나?)을 제일 많이.

좀 소름돋지 사실 남자들은.

한국이 이젠 도쿄랑도 비교 못하고
서유럽 표준 국가들 물가를.

어제는 스톡홀름 사는 여자 블로거 두 명을 팔로우 하게 됨
안 좋은 면 속속들이 보면서 환상이 깨지니까
오히려 너 좋더라구.
올해는 스톡홀름에 꼭 가보고프네.


내 모습이기도 해

집도 예쁘고 옷도 예뻐

ㅅㅍㄹ에서 버릴 예정인 티스푼들과 포크를 가져왔어.
이제 나는 정말로 에스테틱을 거의 내려놨어.
이렇게 채워지는 것도 너무 감사한걸. 너무너무.
생활이 길어지니까 떠나는 사람들도 생기고
내가 남아 있는 상황도.
언젠가 나도 떠나니까.

딱 6월부터 베를린 토론토 직항이 생기거든. 10월까지 한시적으로.
나 가도 되는 걸까?

인스타그램에 인공지.능 어쩌구 그런 거 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