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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lon

by Gyoi 2026. 10. 25.

너와 처음 맥주 하나를 나눠마신 날 이후
너 없이 나는 혼자 바빌론에도 세 번을 갔지.
처음은 너랑 자고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지 뭔지 여전히 모르던 와중 이터널선샤인을 봤었고
너는 그날 하이델베르크의 풍경을 보내왔었지
두번째는 네가 베를린과 1분의 시차도 나지 않는 코펜하겐의 네 집으로 돌아가
아직 내가 무언가에 허우적거릴 때 매트릭스와 스토커를 보러 갔었어. 그날 나는 아주 많이 슬펐었던 걸 기억해.
그리고 마지막. 엄마가 오기 하루 전 혼자 노스탈지아를 보러 갔었어. 그날도 나는 여전히 슬펐지만 네가 네 자리에 돌아간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갔고 나는 분명 내 세상을 공기처럼 떠돌아다니던 슬픔이 먼지마냥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그날 느꼈던 걸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이번 주 한달 반만에 다시 바빌론에 왔어. 목요일에도 금요일에도 친구랑 함께였어. 목요일에는 한국독립영화제로 세계의주인을 봤고 금요일에는 올드보이를 봤어. 목요일에는 영화를 보고 친구랑 자리를 옮겨 복숭아맛 생맥주를 마시며 한참을 떠들었고 금요일에는 영화를 보기 전에 보드카를 탄 러시아식 핫초코를 마시며 또 한참 떠들었지. 내 친구들은 모두 사랑스러운 여자애들이고 나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봐주지. 완전하지 않은 내 독일어에도 평가 한 마디 얹지 않고 나랑 깔깔 떠들어주지. 그리고 이틀 모두 못생긴 바빌론 티셔츠를 입어서 5유로에 영화를 볼 수 있었지. 이틀 모두 뮌헨맥주를 마셨지. 이틀 모두 영화가 끝나고 영화 얘기를 한참 할 수 있었지. 이틀 모두의 종이영화표가 내게는 남았지.
그래. 나는 여전히 거대하고 어두운 1 상영관에 앉으면 그때 네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지. 바빌론이라는 이름을 들어도 그렇지. 바빌론에 가는 길도 대뜸 그럴지 모르지.
하지만 목요일과 금요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네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
나는 내가 사람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더 이상 어울려 함께 놀 수 없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그리고 나는 혼자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면서도 모순적이게 내가 일상에서 가장 쓸쓸한 때가 아마 혼자 영화 볼 때야. 나는 아마도 그래서 네 생각을 하는 거야. 바빌론에 같이 앉아 있던 너. 와 나는 아마 다시는 바빌론에 같이 앉을 일이 없을 것이며 그것을 약속하는 것도 좀 웃기지. 나의 시간과 공간의 센티멘탈과 가능성의 상실. 을 너는 상징해. 근데 그 모든 것들은 네가 아니라 나의 것이야. 너라는 사람은 내 곁에 존재했고 여전히 다른 도시에 실재하지만 그 모든 상징과 너에 관한 내 감정은 너에게 속하지 않고 내 것이야. 이 모든 것들은 모두 내 경험이야. 그 모든 것들의 주인이 나야.
나는 앞으로도 베를린에 사는 동안 자주 바빌론에 갈 거야. 나는 거기 주로 홀로 앉아서 자주 센티멘탈 하겠지만 너에 대한 감각 위로 내 모든 한 번 한 번의 바빌론이 덮일 것이고 그것들은 전부 내 것이야.
그러니까 이건 너에 관한 일기가 아니고 나에 관한 일기야.